국채 바이백: 돈을 찍지 않고 금리를 누르는 작은 칼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사상 처음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날 3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인 5.34%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19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장기 국채 바이백 한도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늘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30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5.18%대로 내려앉으며 6월 말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부채 40조 달러 시대의 개막과 금리 방어전의 개시가 하루 시차로 겹친 것이다. 어제 칼럼에서 우리는 “물가가 식어도 국채 금리가 오르는” 시대를 다뤘다. 오늘은 그 다음 질문이다 — 돈을 찍을 수 없는 정부는, 무엇으로 금리를 누르는가.

하루의 시차 — 40조 달러와 40억 달러

발표의 뼈대부터 보자. 미 재무부는 10~20년물과 20~30년물 구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회당 한도를 기존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적용 기간은 9월 9일부터 차기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이 나오는 11월 4일까지다. 바이백은 재무부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존 국채를 되사들이는 제도로, 2024년 5월 정례 프로그램으로 도입돼 지금까지 회당 20억 달러 한도로 운영돼 왔다. 재무부는 이번 조치를 시장 개입이 아니라 해당 장기물 구간에 대한 매도 제안이 꾸준히 강하게 들어오고 있어 유동성 공급의 통로를 넓힌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은 타이밍을 읽었다. 30년물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바로 다음 날 나온 확대 조치를, 시장은 “재무부가 어느 지점에서 고통을 느끼는지”를 보여준 신호로 받아들였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30년물은 5.34%에서 5.18%대로 급락했고, 10년물도 4.65%로 6bp 내렸다. 달러화 지수는 0.87% 하락한 98.79로 3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S&P500 지수는 0.21% 오른 7,708에 마감했다. 유럽과 일본의 국채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회당 20억 달러가 40억 달러가 됐을 뿐인데 글로벌 금리가 일제히 반응한 것 — 이것이 바이백이라는 정책의 본질을 보여준다. 돈의 규모가 아니라 신호의 힘으로 작동하는 도구다.

바이백의 기제 — 막힌 배관을 뚫는 법

바이백이 무엇을 사는지를 보면 이 정책의 성격이 드러난다. 국채 시장에는 발행 시점에 따라 유동성이 극적으로 갈리는 구조가 있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지표물 — 시장 용어로 ‘온더런’ — 은 거래가 활발해 언제든 제값에 사고팔 수 있다. 반면 발행된 지 오래된 경과물 — ‘오프더런’ — 은 대부분 연기금과 장기 투자자의 만기 보유 포트폴리오에 잠겨 있어 유통 물량이 급감한다. 거래가 뜸한 채권은 급히 팔 때 제값을 받기 어렵고, 시장은 그 위험만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유동성 프리미엄이다.

문제는 시장이 불안해질 때다. 유동성이 마른 시장에서는 매도 주문이 한쪽으로 쏠리기만 해도 가격 변동이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작은 충격이 채권 시장 전체의 발작으로 번지는 통로가 바로 이 오프더런 구간이다. 재무부의 바이백은 정확히 여기를 겨냥한다. 거래가 끊긴 경과물을 재무부가 현금을 주고 거둬들이면, 그 물량을 떠안고 있던 대형 딜러들은 대차대조표에 숨통이 트이고, 풀려난 자금은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다. 오프더런에 쌓여 있던 불안의 가산 금리를 걷어내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 — 배관공의 일이지, 소방관의 일이 아니라는 게 재무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19년 만의 금리 고점 다음 날 배관공을 두 배로 늘린 것을 시장은 소방 출동으로 읽었다.

돈을 찍는 칼, 찍지 않는 칼

겉모습만 보면 바이백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닮았다. 정부 쪽 주체가 시장에서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인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두 정책은 재원의 기원에서 완전히 갈라진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발권력으로 지급준비금을 새로 만들어 국채를 사들인다 — 본원통화가 늘고, 시중 통화량이 팽창하며, 그만큼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안는다. 사실상 정부 적자를 화폐 발행으로 메워주는 부채의 화폐화라는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다. 반면 바이백의 재원은 정부가 보유한 현금이나 새로 발행한 국채의 매각 대금이다. 새 돈은 한 푼도 만들어지지 않고,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 총량도 그대로다. 낡은 채권과 새 채권, 자금의 만기만 교환될 뿐이다. 시장이 양적완화를 거시경제를 움직이는 큰 칼로, 바이백을 시장 미시구조를 손보는 작은 칼로 부르는 이유다.

왜 지금 작은 칼인가. 큰 칼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은 다수 위원이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연될 경우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봤고, 지역 연은 총재 세 명은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고 기록했다. 물가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국면에서 연준이 장기채를 사들여 돈을 푸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5월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다음 주 잭슨홀에서 첫 공식 연설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앙은행의 손이 물가에 묶여 있는 시대 — 인플레이션 부작용이 없는 작은 칼이 재무부의 유일한 선택지로 남는 구조다.

물론 작은 칼에도 그림자는 있다. 장기채를 되사는 재원을 단기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국가 부채의 평균 만기는 짧아지고 차환 부담은 앞당겨진다. 도이치뱅크가 이번 조치를 “재무부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고 부른 이유다 — 장기 금리를 누르되, 그 대가로 만기 구조를 비트는 거래라는 뜻이다.

한국은 이미 3월에 치렀다 — 5조 바이백과 5년 만의 순상환

이 작은 칼의 실전 기록이라면, 한국이 미국보다 다섯 달 빠르다. 올해 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촉발한 금리 발작은 한국 채권시장을 정통으로 때렸다. 연초 3.4%대였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8%대까지 치솟았고, 3년물은 지난해 말 2.953%에서 3월 23일 3.617%까지 석 달 만에 0.664%포인트 급등했다 — 당시 기준금리 2.5%를 1%포인트 이상 웃도는 기현상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을 넘나들었고, 매파 성향으로 관측되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금리를 밀어 올렸다. 시장 저변에는 2022년 9월, 강원도가 2,050억 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초우량 공사채마저 유찰시켰던 레고랜드 사태의 트라우마가 깔려 있었다.

3월 26일 오후 2시, 재정경제부는 5조 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을 전격 발표했다 —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었다. 27일과 4월 1일에 각각 2조 5,000억 원씩 집행됐고, 발표 직후 3년물 금리는 3.49%대로 곤두박질쳤다. 미국의 8월과 똑같은 문법이다 — 금액이 아니라 개입 의지의 신호가 금리를 꺾는다.

한국 대응의 백미는 그다음 카드였다. 정부는 25조 원 규모로 편성 중이던 추가경정예산의 일부와 초과 세수로 국채를 아예 갚아 없애는 순상환을 함께 꺼냈다 — 2021년 이후 5년 만이었다. 통상의 바이백이 낡은 채권을 거두고 새 채권을 내주는 교환이라면, 순상환은 부채의 절대 규모 자체를 줄인다. 유통 물량이 영구히 감소하면 채권의 희소성이 부각돼 금리는 구조적인 하락 동력을 얻는다. 여기에 4월 1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유입될 글로벌 패시브 자금을 관리할 상시 점검반까지 가동해, 수요 확충의 방파제를 둘렀다.

집행의 미시 설계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고채 바이백은 한국은행 전산망을 통한 전자 경쟁입찰로 진행되며, 참여는 국고채전문딜러로 제한된다. 딜러들이 되팔 채권의 금리를 제시하면 정부는 가장 높은 금리 — 즉 가장 싼 가격 — 부터 순차로 사들인다. 낙찰 금리는 2009년 9월 도입된 차등가격 낙찰 방식을 따른다. 최고 낙찰금리부터 4bp 간격으로 구간을 나누고, 같은 구간의 딜러 전원에게 그 구간의 최고 금리를 일괄 적용하는 구조다. 자신이 써낸 금리 그대로 낙찰받는 복수가격 방식에서 공격적으로 응찰한 딜러가 시장 실세보다 밑지는 ‘승자의 저주’와, 모두에게 단일 최고 금리를 주느라 정부 비용이 불어나는 단일가격 방식의 절충 — 딜러가 마음 놓고 물량을 쏟아낼 심리적 마지노선을 제공해, 유동성이 고갈된 경과물을 정부 금고로 흡수하는 속도를 높인다.

작은 칼의 한계 — 32조 달러 시장의 물 한 바가지

여기까지가 작은 칼의 성과라면, 이제 이 칼이 벨 수 없는 것을 말할 차례다. 미 재무부 집계 기준 시장이 보유한 국채만 32조 2,660억 달러다. 회당 40억 달러의 바이백은 그 0.01% 수준 — 거대한 바다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내는 규모다. 실제로 확대 발표 이전까지 회당 20억 달러의 정례 바이백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지만, 30년물 금리가 19년 만의 고점으로 치솟는 것을 막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더 근본적인 회의론을 제기한다. 이번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이나 연준 때문만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국방, 리쇼어링에 쏟아지는 자본 수요의 급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만성적 재정적자에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붐, 지정학이 강요하는 공급망 재편 지출까지 — 국채와 회사채 발행이 구조적으로 불어나는 시대에, 바이백은 표면적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신문은 이 금리 수준이 발작이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적으로 유지된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정상 회귀일 수 있다는 해석도 함께 전했다. 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라면, 애초에 누를 대상이 아닌 셈이다.

정책의 부작용을 겨냥한 비판도 있다. 정례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할 국채 발행·상환 원칙을 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면 정책 신뢰도가 깎인다는 것, 그리고 11월 중간선거를 석 달 앞둔 시점의 조치라는 점에서 차입 비용과 모기지 금리 부담을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읽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구조적인 긴장이 남는다 — 금리 안정이 위험자산 랠리를 자극하고,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와 물가를 다시 데우면, 물가와 싸우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재무부의 금리 방어가 정면으로 엇갈리는 정책 엇박자가 벌어진다. 실제로 바이백 확대 발표일에 S&P500이 오르는 동안 금값도 4.18% 급등했다 — 안도와 불안이 같은 날 함께 베팅된 것이다.

데스크 판단

이번 조치는 세 겹으로 읽어야 한다. 첫째 겹은 신호다 — 부채 40조 달러 돌파와 금리 19년 고점이 겹친 주에, 재무부는 시장에 “여기가 고통의 지점”이라는 좌표를 알려줬다. 금액이 아니라 개입 의지가 금리를 16bp 꺾었고, 이는 3월 한국의 5조 바이백이 4분 만에 3년물을 눌렀던 것과 같은 문법이다. 둘째 겹은 도구의 본질이다 — 바이백은 돈을 찍지 않고 통화량에 중립적이라는 점에서, 물가에 손이 묶인 시대에 재정당국이 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금리 대응 카드다. 다만 그것은 유동성 프리미엄을 걷어내는 배관 작업이지, 재정적자와 자본 수요가 밀어 올리는 금리의 수위 자체를 낮추지는 못한다. 셋째 겹은 시간이다 — 작은 칼이 벌어주는 것은 결국 시간이며, 그 시간에 부채의 절대 규모를 다루는 재정 수술이 따라붙지 않으면 다음 발작은 더 큰 칼을 요구하게 된다. 이 점에서 바이백에 순상환까지 얹어 부채 총량을 실제로 줄인 한국의 3월 콤비네이션은, 미국이 아직 꺼내지 못한 두 번째 수까지 둔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관찰할 계기판은 넷이다. 첫째, 9월 9일 시작되는 확대 바이백의 실제 집행 — 매도 제안이 재무부 설명대로 강하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30년물이 5.3%를 다시 위협하는지. 둘째, 다음 주 잭슨홀에서 나올 워시 의장의 첫 공식 연설 — 재무부의 금리 방어와 연준의 물가 대응 사이의 간극이 언어로 확인되는 첫 무대다. 셋째, 11월 4일 분기 국채 발행 계획 — 바이백 확대가 연장되는지, 단기채 의존이 얼마나 깊어지는지가 만기 구조 리스크의 척도다. 넷째, 한국 쪽 계기판으로는 WGBI 편입 자금의 유입 강도와 국고채 금리의 재상승 여부 — 3월의 작은 칼이 벌어 둔 시간이 아직 유효한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금리의 움직임이 모든 자산의 할인율을 지배하는 국면은 어제 칼럼의 결론 그대로다. 오늘의 결론은 하나가 더해진다 — 그 금리를 누르는 손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 그리고 그 칼이 작은 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