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 코스피 폭락 다음 날, 금융당국의 침묵: 시장은 심리로도 움직인다

어제 코스피는 732.09포인트, 10.84% 하락한 6,023.66으로 마감했다. 장중 저점은 5,992.91 — 6,000선이 장중 무너졌다. 같은 날 같은 반도체 악재를 맞은 일본 닛케이는 3.95% 하락, 대만 가권지수는 4.65%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한국의 낙폭이 일본의 2.7배, 대만의 2.3배다. 그리고 오늘, 시장은 그 답을 이어 갔다 — 반등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하락 반전 끝에 5.98% 추가 하락한 5,663.24로 마감했고(이틀 누적 약 -16.2%), 코스피·코스닥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SK하이닉스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고도 9%대 하락 마감했다. 외풍은 아시아 전역에 불었는데 유독 한국만 두 배 넘게 무너졌고, 사상 최대 실적조차 하락을 멈추지 못한다면 — 이 낙폭은 바다 건너도, 실적도 아닌 이 시장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 칼럼은 그 구조와, 시장이 당국에게 기다리고 있는 한 문장을 다룬다.

같은 외풍, 두 배의 낙폭 — 초과분은 어디서 왔나

방아쇠가 대외 변수였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엔비디아발 인공지능 투자 회의론,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과 노광장비 자립 보도, 원/달러 환율 부담 — 어제 칼럼에서 다룬 두 발의 총성은 도쿄와 타이베이에도 똑같이 도착했다. 그러나 닛케이 -3.95%, 가권 -4.65%, 코스피 -10.84%라는 성적표는 같은 시험지에 대한 세 개의 다른 답안이다.

그 차이의 상당 부분을 데스크는 수급 구조에서 찾는다.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보유 주식을 기계적으로 재조정한다 —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일일 재조정에 필요한 현물 거래 규모를 하루 최소 7,000억 원에서 최대 2조 1,000억 원, 일일 거래대금의 1~4%로 추정했다. 하락장에서 이 구조는 하락을 증폭하는 기계가 된다. 하락 출발 → 마감 무렵 기계적 매도 → 종가 추가 하락 → 다음 날 그 낮아진 종가에서 재출발이라는 악순환이다.

여기에 강제청산이 겹쳤다.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한국 주식·반도체 투톱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순자산은 6월 말 500억 달러까지 팽창했다가 260억 달러로 급감했는데, 축소 필요액 320억 달러 가운데 약 75%인 240억 달러가 자발적 환매가 아닌 강제 청산으로 빠져나갔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고점 대비 시가총액 증발분 약 48조 7,000억 원에 하락 구간의 추가 유입 자금 약 9조 2,000억 원을 합산해, 개인투자자 누적 손실을 약 56조 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기초자산이 30% 내리는 동안 2배 상품 보유자의 손실은 60%를 넘었다.

중요한 것은 이 악순환의 어느 고리에도 기업 실적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수주 전망이 하루 만에 13% 나빠진 것이 아니다. 파생상품의 수급이 현물 가격을 끌어내리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구조 — 그래서 데스크는 어제의 폭락을 ‘펀더멘털의 붕괴’가 아니라 ‘수급과 심리의 합동 타격’으로 분류했고, 그 분류는 오늘도 유효하다.

폭락 다음 날, 시장이 기다리는 두 개의 답

수급이 만든 폭락이라면 처방의 절반은 심리에 있다. 시장은 펀더멘털과 심리라는 두 축으로 움직이고, 패닉 국면을 지배하는 쪽은 언제나 후자다. 그리고 패닉 국면에서 시장이 정책 당국에게 기다리는 답은 예나 지금이나 두 가지다. 당국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가. 앞으로 규칙이 어떻게 되는가.

당국이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록해 둔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은 31일부터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오른다. 금융위원장은 개인별 투자총액 대비 20% 총량 한도 검토를 언급했고, 여당에서는 예탁금 추가 인상과 ‘ETF’ 명칭 재정립 논의가 나왔다. 금융투자협회와 업계 차원의 종가 리밸런싱 분산 추진도 보도됐다. 그리고 29일 이틀째 폭락이 진행되던 시점,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레버리지 ETF 때문에 변동성이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다”라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구조적 요인 점검을 예고했다(머니투데이). 폭락 이후 나온 첫 고위급 공식 반응이다.

문제는 이 발신들이 위의 두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첫째, 폭락 국면에서 나온 당국의 대국민 메시지는 “지나친 공포감에 섣부른 투자를 자제하라”는 취지였다 — 시장을 안정시키는 언어가 아니라 투자자를 나무라는 언어다. 29일의 정책실장 발언은 원인 진단과 점검의 예고라는 점에서 필요한 한 걸음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안정에 필요한 조치에 즉각 나서겠다”는, 통제 의지를 시장에 약속하는 통상적 안정화 메시지는 데스크가 확인한 보도 범위에서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둘째, 규칙의 종착점이 보이지 않는다. 예탁금 3,000만 원 시행, 5,000만 원 검토, 총량 한도 검토, 명칭 재정립 검토 — 발표가 이어질수록 규제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쌓인다. 규제 불확실성은 그 자체가 시장이 가격에 반영해야 할 새로운 리스크다. 셋째, 낙폭을 증폭시킨 리밸런싱 구조에 대한 당국의 공식 일정이 없다. 진입 문턱을 아무리 올려도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의 기계적 매도 구조는 그대로다. 구조가 그대로임을 아는 시장에게, 다음 하락일의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안정화 메시지는 예산도 입법도 시행령 개정도 필요 없다. 심리와 수급이 주도한 폭락이라는 이번 사태의 성격상, 비용 대비 효과가 이보다 큰 정책 수단을 데스크는 알지 못한다. 가장 싼 정책이 아직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셈이다.

2000년의 기억 — 세대의 퇴장이라는 꼬리 리스크

이 침묵이 길어질 때의 비용을 데스크는 한 세대의 퇴장이라는 꼬리 리스크로 계산한다. 한국 시장은 대규모 손실이 한 세대의 투자 심리에 무엇을 남기는지 이미 안다.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큰 손실을 본 당시의 젊은 투자자들 — 지금의 50~60대 — 상당수에게 주식은 이후 오랫동안 기피의 대상이었고, 국내 증시가 두터운 개인 투자자층을 되찾은 것은 2020년 이후 2030 세대가 대거 진입하고서였다.

지금 그 2030이 손실의 최전선에 있다. 56조 원의 추산 손실이 집중된 곳은 단기 고수익을 좇아 레버리지 상품에 올라탄 개인들이고, 경제개혁연구소 조사에서 30대의 절반가량이 정부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준 것은 그 상처의 통계적 표현이다. 물론 2000년과 2026년은 다르다 — 그때는 실체 없는 거품의 붕괴였고 지금은 파생 구조와 대외 충격의 결합이다. 그러나 세대적 기피를 만드는 재료는 같다. 감당 못 할 손실, 그리고 그 순간 아무도 시장을 지키지 않았다는 기억이다. 외국인이 다섯 달째 순유출 중이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상향 카드도 이미 소진된 시장에서, 개인마저 떠나면 남는 매수 주체가 없다. 이것이 당국의 한마디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수급 정책인 이유다.

데스크 판단 — 채점은 당국의 캘린더로 한다

어제의 채점표(SK하이닉스 실적 반응, 중국산 노광장비 실측, 외국인 수급의 지속 여부)는 그대로 살아 있다. 오늘은 그 위에 정책 채점표를 얹는다. 첫째, 당국 명의의 공식 시장 안정 메시지가 나오는가 — 내용의 화려함이 아니라 ‘주시하고 있으며 즉각 대응하겠다’는 통제 의지의 표명 여부 자체가 채점 대상이다. 둘째, 종가 리밸런싱 분산이 업계 자율 논의를 넘어 당국의 일정 있는 공식 로드맵으로 전환되는가 — 하루 최대 2조 원대의 기계적 매도가 구조로 남아 있는 한, 진입 문턱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다음 하락일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다. 셋째, 예탁금(3,000만 원 시행, 5,000만 원 검토)·총량 한도 논의의 종착점이 제시되는가 — 규제의 최종 그림이 나오는 순간 불확실성 프리미엄은 되돌림 후보가 된다. 넷째, 개인 자금의 이탈 속도 — 레버리지 상품 순자산과 증시 예탁금의 추이가 세대 퇴장 가설의 실증 시험대다.

시장은 말을 먹고 사는 곳이 아니지만, 패닉은 침묵을 먹고 자란다. 구조 개혁에는 시간이 걸린다 — 그러나 그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 바로 오늘 할 수 있는 한마디다. 데스크는 이번 주 당국의 캘린더를 시장 지표와 같은 비중으로 지켜본다.


본 칼럼의 28일 자 코스피·닛케이·가권 지수와 종목 수치는 7월 28일 마감 확정치 기준이며, 29일 자 수치(코스피 5,663.24 마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 SK하이닉스 실적·주가)와 정책실장 발언은 29일 장 마감 직후의 한국거래소 마감 시세와 당일 보도 기준이다. 레버리지 ETF 순자산·강제청산 규모는 JP모건, 개인투자자 손실 추산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리밸런싱 거래 규모 추정은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의 인용이며 해당 기관의 추정치다. 당국 메시지 관련 서술은 데스크가 확인한 공개 보도 범위 기준이다. 2000년 정보기술 거품 관련 서술은 정성적 비교이며 별도의 정량 주장을 포함하지 않는다. 본 칼럼은 구조적 시황 진단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