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여덟 달 동안, 미국의 한 초고빈도 매매 회사가 서울 시장에서 하루 평균 1,400여 종목·5,000억원어치를 기계로 사고팔았다. 금융당국은 이를 시장질서 교란으로 보고 2023년 초 119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그 처분은 1심에서 취소됐고 현재 항소심이다). 그런데 바로 그 회사는 자신의 본국인 미국 시장에서는 경쟁 업체들과 0.001초를 다투며 호가 간격을 좁히는, 없어서는 안 될 시장조성자로 통한다. 같은 회사, 같은 알고리즘, 정반대의 얼굴. 회사가 착해지거나 나빠진 것이 아니다. 경기장의 규칙이 그 행동을 결정했을 뿐이다. 오늘 데스크는 지난 칼럼에서 “판의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적었던 그 판을, 이미 다른 방식으로 고쳐 둔 나라와 나란히 놓고 본다.
같은 선수, 다른 경기장
7월의 폭락장을 복기해 보자.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8종(상장지수펀드 16종과 상장지수증권 2종)은 두 달 만에 하루 거래대금 12조원대 — 전체 상장지수펀드 시장의 3분의 1 — 를 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그리고 그 거래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이었다. 거래대금에서 외국인 비중은 7월 한 달 평균 39%, 많은 날은 49%까지 올라갔다.
이 숫자를 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풍부한 유동성”이고, 다른 하나는 “기울어진 사냥터”다. 데스크의 판단은 후자에 가깝지만, 그 이유를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설명하려 한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 시장에는 테슬라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도, 3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상품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무기는 미국이 더 위험하다. 그런데 왜 한국식의 극단적 쏠림과 일방적 유동성 착취는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통제되는가. 답은 무기가 아니라 규칙에 있다.
한국의 경기장 — 네 겹의 기울기
한국의 판이 어떻게 기울어 있는지부터 정리한다. 기울기는 네 겹이다.
첫째, 비용이다. 개인은 위탁수수료와 유관기관 비용 탓에 가격이 최소 한두 호가는 올라야 본전이다. 반면 외국계 초단타 세력은 대형 증권사와 도매 수수료 계약을 맺어 거래당 비용이 사실상 0에 수렴한다. 한쪽만 참가비를 면제받는 판에서, 미세한 가격 조각만 취하고 빠지는 초단타는 면제받은 쪽에게만 수익이 된다.
둘째, 속도다. 이들은 국내 증권사로부터 직접전용주문선(DMA)을 임대해 알고리즘 서버를 거래소 전산망 최인접 거리에 둔다. 개인의 주문이 홈트레이딩시스템의 심사 단계를 거치는 동안, 이 주문은 간소화된 경로로 매칭 엔진에 직접 꽂힌다. 보도가 “0.001초 단타”라 부른 격차가 여기서 나온다. 게다가 개인이 화면에서 보는 호가창조차 초당 수백 번의 변동을 다 그려내지 못하고 병합·생략된 잔상이다. 개인은 반응이 느린 정도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과거의 화면에 대고 주문을 넣는다.
셋째, 구조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주식 하루 수익률의 2배를 좇으므로, 본주가 한 호가 움직이면 상품의 적정가치는 두 배로 흔들린다. 그만큼 순자산가치(NAV)와 장중 실시간 추정가치(iNAV) 사이의 미세한 어긋남이 더 자주, 더 크게 생긴다. 초단타 알고리즘은 유동성공급자(LP)가 호가를 미처 고치기 전의 과거 가격을 먼저 채가고, 이 과정에서 LP는 손실을 피하려 호가 간격을 벌린다. 시장을 지켜야 할 완충장치가 오히려 비용 전가의 통로가 된다.
넷째, 규제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뼈아프다. 당국은 7월 31일 개인의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매 단위를 늘리고, 투자 한도와 사전 교육까지 부과했다. 그러나 거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외국인과 기관은 현행법상 전문투자자로 분류돼 이 문턱을 하나도 적용받지 않는다. 급락의 청구서를 받아든 쪽의 문만 잠겼다.
미국의 첫 번째 답 — 자격이 아니라 위험에 값을 매긴다
여기서 미국을 펼친다. 미국 규제의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한국은 “누가 참여하느냐”를 통제하고, 미국은 “얼마나 위험한 포지션을 쥐었느냐”를 통제한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의 증거금 규정 개정이다. 미국에는 지난 25년간 ‘패턴 데이 트레이더 규칙’이 있었다. 닷새 안에 네 번 이상 당일매매를 하는 계좌는 최소 2만 5,000달러(약 3,400만원)의 자본금을 상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것은 한국의 3,000만원 예탁금 문턱과 사실상 똑같은 ‘자본 장벽’ 논리다. 그런데 미국은 2026년 이 규칙을 폐기했다. 오늘날의 전산 거래 환경에서 소액 투자자를 자본 크기로 배제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억압적이라는 이유였다. 한국이 이제 막 세운 장벽을, 미국은 25년 만에 허문 것이다.
장벽을 허문 대신 미국이 세운 것은 실시간 위험 통제다. 브로커는 고객 계좌의 장중 위험 노출을 상시 측정해, 레버리지 상품 단타로 증거금이 부족해지는 순간을 잡아내고, 그 부족분을 신속히 채우지 못하는 계좌는 90일간 동결한다. 더 정교한 것은 증거금률이 상품의 레버리지 배수에 정확히 비례한다는 점이다. 2배 상품을 매수하려면 50%, 공매도하려면 60%의 자산이 묶이고, 3배 상품을 공매도하려면 90%가 묶인다. 일반 주식의 증거금이 25%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살인적인 압박이다.
이 장치의 핵심은 ‘무차별’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외국인 기관이든 자본금 1,000만원의 개인이든, 자신이 쥔 레버리지 위험에 정확히 비례하는 증거금을 똑같이 물어야 한다. 한국처럼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나눠 한쪽만 규제하는 모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동시에 이 무차별 증거금은 초단타의 무한 회전에 자본을 묶어, 앞서 본 ‘비용 0의 회전’ 이점까지 함께 갉아낸다.
미국의 두 번째·세 번째 답 — 펀드를 묶고, 포식자를 경쟁시킨다
미국은 투자자의 계좌만이 아니라 상품 자체와 시장 구조에도 손을 댔다.
상품 쪽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펀드의 파생상품 위험에 상한을 씌웠다. 운용사는 매 영업일 위험가치(VaR) — 정해진 확률로 예상되는 최대 손실폭 — 를 측정해, 펀드의 위험 노출이 비교 지수의 일정 배수(대체로 1.5배에서 2배)를 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게다가 수익을 좇는 운용역과 별개로, 이사회가 임명한 독립 위험관리자가 이 한도를 감시한다. 한국이 추진하는 ‘가변 레버리지’가 위기 때 배수를 사후에 줄이는 방식이라면, 미국의 위험가치 상한은 평상시에도 상시 작동하는 강화판이다. 그만큼 종가 무렵 리밸런싱이 시장을 흔드는 힘 자체가 억눌린다.
시장 구조 쪽은 더 근본적이다. 한국은 한국거래소라는 단일 시장에 모든 호가가 모인다. 사냥터가 하나뿐이니, 그 하나를 장악한 가장 빠른 알고리즘이 독점 포식자가 된다. 반면 미국은 열 곳이 넘는 정규 거래소와 마흔 곳이 넘는 대체거래소가 유동성을 나눠 갖는, 세계에서 가장 잘게 쪼개진 시장이다. 거래소들은 호가를 제공하는 쪽에 사례금을 주며 유동성을 끌어들이려 경쟁하고, 그 결과 수많은 초단타 업체가 서로 더 좋은 호가를 내려고 0.001초를 다툰다. 이 경쟁이 상품 가격과 실시간 추정가치의 틈을 무자비하게 좁힌다. 똑같은 초단타가 독점 시장에서는 포식자가 되고, 경쟁 시장에서는 시장조성자가 된다. 서두에 언급한 그 회사가 서울과 뉴욕에서 정반대 얼굴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스크의 판단 — 문을 잠그지 말고, 저울을 바꿔라
한국이 갖춰야 할 것은 미국 제도의 통째 복사가 아니라, 검증된 순서다.
먼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당국이 이미 검토 중인 과다호가부담금이다. 체결은 거의 없이 주문과 취소만 반복하는 계좌에 마찰 비용을 물리면, 초단타의 ‘공짜 취소’라는 전제가 무너진다. 다만 주문 체결 구조가 파생시장과 다른 현물시장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정상적인 유동성 공급까지 질식시킬 수 있다.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규제 누적 끝에 통째로 사라진 전례가 반대편의 경고로 서 있다. 그래서 이 장치는 ‘정상 호가’와 ‘탐색성 허수’를 가르는 정교한 설계가 성패를 가른다.
다음, 방향을 바꾸는 것. 미국이 보여준 무차별 증거금과 펀드 단위 위험 상한이다. 전문투자자라는 이유로 초단타 계좌에만 열려 있는 예외를 재검토하고, 레버리지 배수에 비례하는 위험 부담을 내외국인 구분 없이 지우는 것 — 이것이 규제 비대칭과 비용 우위를 동시에 겨눈다. 물론 실시간 위험을 계산하는 전산 인프라 구축에는 비용과 시간이 든다. 미국조차 이 개정의 전면 시행에 유예 기간을 두었다. 한국도 이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끝으로, 가장 어려운 것. 단일 거래소 독점을 완화하고 시장에 경쟁을 들이는 구조 개혁이다. 이는 감시가 여러 시장으로 흩어지는 비용과 시가총액이 두 종목에 쏠린 한국 특유의 제약 탓에 미국을 그대로 옮길 수 없는, 진짜 장기 과제다.
한 가지 균형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미국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주문을 팔아 수익을 얻는 관행 등 미국식 시장 파편화에도 고유한 부작용이 있다. 개인의 손실을 외국인 초단타 하나로 환원하는 것도 정직하지 않다 — 하루 2배 추종 상품이 횡보장에서도 원금을 갉아먹는 수학적 성질, 그리고 빚을 얹어 회전한 개인의 선택 역시 손실의 큰 축이다. 실제로 예탁금 규제로 국내의 문이 막히자 자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더 위험한 미국 3배 상품으로 흘렀고(상반기 결제 71조원으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결제 1위에 오른 상품이 그 종착지다), 환율 위험까지 이중으로 짊어진 채 7월 폭락을 맞았다. 위험은 줄어든 게 아니라 관할 밖으로 수출됐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로 모인다. 이 판을 고치는 길은 개인의 문을 잠그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값을 매기는 저울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은 자격을 묻는 규제에서 위험을 재는 규제로 넘어가며 그 저울이 실제로 작동함을 증명했다. 개인투자자에게 이 대조가 말해주는 것도 분명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단위로 설계된 회전의 도구이지 보유의 도구가 아니며, 그 회전판에서 상대하는 것은 밀리초로 움직이는 기계라는 사실이다. 판의 설계를 이해하는 것 — 그것이 규칙이 바뀌기 전까지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어다.
본 칼럼의 한국 시장 수치는 금융당국 발표와 인용 보도 시점 기준이며, 미국 제도(FINRA 증거금 규정, SEC 파생상품 규정)는 단계적으로 발효·시행 중인 사안으로 세부는 달라질 수 있다. 외국인 초고빈도매매의 개별 행위와 그 위법성은 당국 조사와 소송(시타델증권 과징금 항소심 등)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한국·미국 시장에 대한 판단은 데스크 자체 분석으로 인용 매체의 평가가 아니다. 본 칼럼은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라 구조적 시황 진단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