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9월 22일 전 거래일보다 2.20% 오른 7,161.61로 문을 열었다. 밤사이 미국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29% 올랐고, 나스닥은 사상 최고 종가를 새로 썼으며, AMD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겼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미국 반도체가 이만큼 오른 다음 날 아침에 기대할 만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지수는 개장 직후 7,171.44를 고점으로 하루 종일 상승분을 내놓았다. 오후 1시 30분 7,089.94(1.17%), 마감은 7,017.91(0.15%)이었다. 개인이 1조 6,069억 원을 팔았고, 외국인은 765억 원을 사는 데 그쳤으며 기관도 1,220억 원을 팔았다. 지수를 받친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의 1조 6,525억 원이었다. 미국 반도체 지수가 5거래일 연속으로, 그중 마지막 날 8월 4일 이후 가장 크게 오른 다음 날 서울의 반응이 이 정도였다면, 이유는 서울이 아니라 뉴욕에서 오른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있다. 데스크의 답은 이번 랠리의 주어가 메모리가 아니라 CPU였다는 것이다. 그 주어를 확인하고, 그래서 한국 반도체가 지금 무엇으로 오르고 있는지를 따로 재 본다.
뮤즈 — 앱 하나가 데이터센터 주문서로 읽힌 날
메타(META)는 9월 8일 개인용 인공지능 에이전트 ‘뮤즈(Muse)’를 아이폰·안드로이드·웹·왓츠앱에 동시에 내놓았다. 질문에 답하고 끝나는 챗봇이 아니라, 클라우드의 가상 컴퓨터와 브라우저를 직접 움직여 이메일 작성, 여행 예약, 온라인 쇼핑 같은 여러 단계의 일을 사용자 대신 끝내는 프로그램이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집계로 뮤즈는 미국 아이폰 무료 앱 다운로드 1위에 사흘 연속 올랐고, 구글 플레이에서도 1위였다. 출시 열흘 동안 약 73만 회(블룸버그, 센서타워 인용), 두 플랫폼 합산으로는 250만 회(CNBC) 내려받혔다.
9월 21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은 이 숫자를 소프트웨어의 성공이 아니라 하드웨어 주문서로 읽었다. 메타 주가는 11.43% 오른 741.24달러로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일간 상승을 기록했고, 웰스파고는 목표주가를 640달러에서 796달러로 올리며 무거운 사용량이 유료 구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2.26% 오른 27,122.09로 6월 이후 첫 사상 최고 종가를 세웠고, S&P500은 1.49%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가 4.5% 내린 95.78달러로 결산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95%로 내려온 것도 같은 날이다. 몇 달째 시장을 눌러 온 ‘AI 투자가 매출로 돌아오느냐’는 질문에, 사용자가 줄을 선 앱 하나가 처음으로 손에 잡히는 답을 준 셈이다.
랠리의 주어 — ARM 17%, 인텔 12%, AMD 10%, 그리고 마이크론 2.8%
같은 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11.49포인트(4.29%) 오른 12,433.17로 마감했다. 9월 15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이고, 하루 상승폭으로는 8월 4일(6.55%) 이후 가장 크다. 그런데 지수 안을 들여다보면 오른 것은 반도체 전체가 아니었다. 종목별 상승률은 이렇다.
| 9월 21일 미국 반도체 (종가 기준) | 등락률 | 역할 |
|---|---|---|
| ARM | +17.16% | CPU 설계 |
| 인텔(INTC) | +12.14% | 서버 CPU |
| AMD | +9.95% | 서버 CPU·GPU |
| 퀄컴(QCOM) | +9.29% | 모바일·PC 프로세서 |
| 마벨(MRVL) | +6.51% | 데이터센터 통신 칩 |
| 마이크론(MU) | +2.77% | 메모리 |
| 엔비디아(NVDA) | +2.30% | GPU |
| 브로드컴(AVGO) | +1.82% | 맞춤형 AI 칩 |
상승률의 서열이 곧 이날의 논리다. 에이전트가 사용자 대신 여러 단계의 일을 처리하는 것은 ‘추론(inference)’이고, 추론은 다수의 GPU를 조율하고 앱을 관리하는 서버 CPU 위에서 돌아간다. 그동안 AI 투자가 훈련용 GPU에 몰려 있었다면, 에이전트 시대에는 CPU가 GPU 옆자리로 올라온다는 것이 이날 매수의 근거였다. AMD는 서버 CPU 시장이 2030년 약 2,200억 달러로, 연 50%가 넘게 자라리라고 보고 있고, 리사 수 최고경영자는 에이전트용 서버가 그 시장의 가장 큰 덩어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AMD가 이날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처음 넘긴 것도 이 문맥 위에 있다. 메타는 AMD 매출의 약 5.5%를 차지하는 2대 고객이고(블룸버그), 두 회사는 올해 2월 24일 최대 6기가와트 규모의 AMD 인스팅트 GPU와 6세대 에픽 CPU를 여러 세대에 걸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로이터는 그 규모를 5년간 최대 600억 달러로 추정했고, AMD는 메타에 1억 6,000만 주의 성과 연동 워런트를 발행했다. 뮤즈의 사용량이 늘면 그 주문이 앞당겨진다는 계산이 AMD를 엔비디아·브로드컴·마이크론에 이어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는 네 번째 1조 달러 클럽에 올렸다. 요컨대 이날 랠리는 ‘반도체가 올랐다’가 아니라 ‘CPU가 올랐다’가 정확한 서술이다. 메모리를 대표하는 마이크론의 2.77%는 지수 상승률의 3분의 2에도 못 미쳤다.
에이전트 추론이란 — 훈련은 GPU가, 실행은 CPU가 조율한다
거대 언어 모델을 만드는 ‘훈련’은 수만 개의 GPU가 한 번에 같은 계산을 반복하는 일이고, 만들어진 모델을 써서 답을 내는 ‘추론’은 요청이 올 때마다 모델을 한 번씩 돌리는 일이다. 에이전트는 한 요청에 대해 검색, 판단, 실행, 확인을 여러 번 오가며 추론을 수십 번 반복하고, 그 사이사이에 브라우저와 앱을 다루는 일반 계산이 끼어든다. 이 일반 계산과 GPU들 사이의 교통정리를 맡는 것이 서버 CPU다. 그래서 훈련 투자가 GPU와 그 옆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흘렀다면, 에이전트의 확산은 CPU 수요를 따로 부른다.
이 구분이 한국 투자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한국 메모리 두 회사의 매출이 걸린 곳이 CPU가 아니라 GPU 쪽 병목이기 때문이다. 9월 15일부터 사흘간 열린 AI 인프라 서밋에서 인텔 최고경영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7년에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했고, 그 이유는 HBM 증설이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트렌드포스도 D램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진다고 본다. 즉 한국 메모리의 주가 재료는 ‘AI가 얼마나 쓰이느냐’보다 ‘HBM과 D램을 누가 얼마나 만들 수 있느냐’에 걸려 있다. 뮤즈가 판 것은 앞의 이야기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월 들어 오른 것은 뒤의 이야기다. 둘은 같은 ‘AI’라는 단어를 쓰지만 다른 수요다.
코스피의 하루 — 2.20%로 열고 0.15%로 닫다
서울은 뉴욕의 랠리를 그대로 받아 열었다. 9월 22일 코스피는 7,161.61(2.20%)로 출발해 개장 직후 7,171.44까지 올랐고, 삼성전자는 오전 9시 19분 281,000원(2.55%), SK하이닉스는 1,930,000원(3.32%)에 거래됐다. 그러나 오전 11시 24분 7,128.21(1.72%), 오후 1시 7,097.60(1.27%), 오후 1시 30분 7,089.94(1.17%)로 상승폭은 시간마다 줄었고, 마감은 7,017.91(0.15%)로, 장중 저점은 6,986.27이었다. 삼성전자는 276,500원(0.91%)으로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840,000원(-1.50%)으로 오히려 내렸다. 메모리의 대표 종목이 미국 반도체 4.29% 상승 다음 날 하락으로 마친 것이 이날의 요약이다.
수급을 보면 판 쪽은 개인이고, 산 쪽은 외국인이 아니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이날 1조 6,069억 원을 순매도했고, 외국인 순매수는 765억 원, 기관은 1,220억 원 순매도였다. 지수를 받친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 1조 6,525억 원이다. 개인은 9월 18일 4조 5,513억 원, 21일 3조 6,856억 원을 팔아 사흘 매도가 10조 원을 넘겼다. 반등이 나올 때마다 박스권에 지친 개인이 자금을 빼고 있고, 추석 연휴(9월 24~25일 휴장)를 앞둔 차익 실현이 그 위에 얹혔다. 미국 반도체 4.29%에 걸맞은 외국인 매수는 없었다. 아침의 2.20%를 만든 것은 개장 전의 기대였고, 그 기대를 받아 줄 돈은 자사주뿐이었다. 미국에서 오른 것이 CPU라면 코스피 시가총액의 51.26%(9월 21일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를 차지하는 메모리 두 회사에 외국인이 새로 걸 이유는 이날 밤에 생기지 않았다.
전날인 9월 21일 코스피가 1.65% 오른 7,007.72로 7,000선을 되찾은 날의 재료를 떠올리면 대비가 분명해진다. 그날 아침 관세청은 9월 1~20일 반도체 수출이 341억 2,8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59.4% 늘었다고 발표했고, 전체 수출은 714억 900만 달러로 78.3% 늘었다. 삼성전자는 4.98% 오른 274,000원으로 마쳤다. 그날은 개인이 2조 9,790억 원을 팔고 외국인도 1,603억 원을 팔았지만 기관이 1조 4,924억 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이 1조 6,585억 원을 샀다. 한국 메모리는 수출 통계와 공급 부족, 그리고 자사주라는 자기 재료로 오르고 있었다. 뉴욕의 CPU 랠리는 그 위에 얹힐 재료가 아니었다.
환율이 먼저 답한 것 — 1,381원에서 1,358원으로
이날 서울에서 뉴욕에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주식이 아니라 환율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21일 오후 3시 30분 1,381.25원에서 22일 같은 시각 1,358.18원으로 23.07원 내렸다. 유가가 95달러대로 내려오고 위험 선호가 돌아온 데다, 9월 1~20일 수출 증가율 78.3%가 원화를 받쳤다. 이 자리의 지난 두 칼럼은 원화의 방향을 판단이 무너지는 조건으로 걸어 두었다. 9월 17일 칼럼은 “원/달러가 9월 21일 수출 발표를 계기로 1,350원 아래로 되돌아가면 ‘청구서의 창구 이동’ 판단을 일시적 달러 반등으로 격하한다”고 적었고, 9월 19일 칼럼은 “원/달러가 1,350원 아래로 돌아오고 1~20일 수출이 반도체 중심의 증가세를 이어 가면 ‘대신 온 것은 달러’라는 판단은 한 주짜리 달러 반등으로 격하한다”고 적었다. 수출 조건은 충족됐다. 환율은 1,350원까지 8원을 남기고 멈췄다. 조건의 절반이 채워졌으니 두 판단은 아직 서 있되, 9월 23일 종가가 1,350원 아래로 내려가면 격하로 확정한다.
원화 표시 유가의 수위선도 함께 움직였다. 4월 평균 원화 유가 배럴당 14만 5,520원을 9월 21일 서부텍사스산원유 95.78달러로 나눈 수위선은 1,519원으로, 9월 19일 칼럼의 1,451원에서 68원 올라갔다. 환율은 내려오고 수위선은 올라가면서 둘 사이 간격은 161원으로 벌어졌다. 9월 19일 칼럼의 68원에서 사흘 만에 두 배가 넘게 넓어진 것이다. 미국 반도체 4.29% 폭등이 서울 주식에는 얹히지 못했지만, 같은 날의 유가 하락과 수출 통계는 원화에는 그대로 도착했다. 코스피가 뉴욕을 따라가지 못한 날 원화가 뉴욕을 따라간 것은, 서울에 전달된 것이 ‘반도체 랠리’가 아니라 ‘유가와 금리의 하락’이었다는 뜻이다.
데스크의 판단
첫째, 국면 규정. 9월 21일 미국 반도체 지수 4.29% 상승은 메모리의 랠리가 아니라 CPU의 랠리였다(ARM 17.16%·인텔 12.14%·AMD 9.95% 대 마이크론 2.77%·엔비디아 2.30%). 코스피 시가총액의 51.26%가 메모리 두 회사인 서울에는 얹힐 재료가 작았고, 9월 22일 코스피는 2.20%로 열어 0.15%로 닫았고 SK하이닉스는 1.50% 내렸다. 외국인 순매수 765억 원은 뉴욕의 4.29%에 걸맞은 크기가 아니었다. 한국 메모리는 9월 1~20일 반도체 수출 259.4% 증가와 2027년 공급 부족 전망이라는 자기 재료로 오르고 있으며, 그 재료의 시험대는 뉴욕의 앱 순위가 아니라 9월 30일 마이크론 실적과 10월 초 삼성전자 잠정실적이다.
둘째, 반증 조건. ① 이번 주 뉴욕에서 마이크론이 CPU 3사보다 더 오르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상승이 이어지면, 랠리의 주어가 메모리로 넘어온 것이고 ‘전이 없음’ 판단은 하루짜리로 격하한다. ② 9월 30일(한국시간 10월 1일 새벽) 마이크론이 분기 매출 가이던스 500억 달러와 그다음 분기 가격 전망을 밑돌면, 한국 메모리의 자기 재료가 흔들리는 것이고 문제는 뉴욕의 주어가 아니라 서울의 재료가 된다. ③ 원/달러가 9월 23일에도 1,350원 아래에 머물면 지난 두 칼럼의 ‘달러 창구’ 판단은 격하가 확정되고, 원화 방파제 논의는 수위선이 아니라 수출로 옮겨 간다.
셋째, 시간표. ① 9월 23일 —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 개인 매도가 나흘째 이어지는지 ② 9월 23일(현지시간) 메타 커넥트 — 저커버그 최고경영자의 뮤즈 다음 단계 ③ 9월 24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4일 밤~25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워싱턴 회동 — 인공지능·핵심 광물 수출 규제 의제, 한국은 휴장 중이라 28일 개장이 첫 반응 ④ 9월 29일 삼성전자 특별배당 배당락 ⑤ 9월 30일(한국시간 10월 1일 새벽 5시 30분) 마이크론 회계연도 4분기 실적 ⑥ 9월 30일 밤 9시 30분 미국 8월 개인소비지출 물가 ⑦ 10월 1일 9월 수출입 동향 ⑧ 매일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안에서 누가 오르는가. 미국 반도체가 오르면 코스피가 오른다는 문장에는 이제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 무엇이 오르느냐에 따라.
본 칼럼의 미국 증시·종목 수치는 9월 21일(현지시간) 정규장 종가 기준이며, 종목별 등락률은 복수 외신 집계로 출처 간 0.1%포인트 안팎의 차이가 있다. 뮤즈 다운로드·앱 순위는 센서타워 집계를 인용한 외신 보도이고, AMD와 메타의 계약 내용은 AMD 보도자료와 로이터 보도, 매출 비중은 블룸버그 데이터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다. 코스피·종목 종가와 투자자별 매매는 한국거래소 정규장 집계, 장중 수치는 각 시각의 보도 기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데스크가 집계한 서울 외환시장 오후 3시 30분 기준 값으로 은행 고시 종가와 1원 안팎 차이가 날 수 있다. 수출은 관세청 9월 1~20일 잠정치다. 시가총액 비중과 수위선은 데스크 계산이다. 서버 CPU 시장 전망은 AMD의 견해이며, 메모리 공급 전망은 인텔·트렌드포스의 견해다. 한국 시장에 대한 판단은 데스크 자체 분석으로, 인용 기관의 견해가 아니다. 본 칼럼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라 구조적 시황 진단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