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코스피는 2.66% 오른 6,894.23으로 마감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가장 높은 1.25%로 올린 바로 그날이다. 2024년 8월 5일을 기억하는 투자자에게 이 조합은 낯설다. 그날 코스피는 일본은행 인상이 불러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휩쓸려 하루 8.77% 내렸다. 이번에는 일본이 올렸는데 엔화가 약해졌고, 도쿄와 서울의 주식은 올랐다. 그렇다고 서울에 아무것도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9월 11일과 18일을 나란히 놓으면 코스피는 6,909.91에서 6,894.23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0.05달러에서 100.30달러로 사실상 제자리다. 움직인 것은 원/달러 환율 하나다. 서울 외환시장 오후 3시 30분 기준 1,345.68원에서 1,382.54원으로 일주일 만에 37원 올랐다. 이틀 전 이 자리의 칼럼은 청구서가 도착하는 창구가 국고채에서 환율로 옮겨 간다고 적었다. 미국·유럽·일본이 모두 금리를 올린 열흘이 끝난 지금, 오지 않은 것과 온 것을 나눠 적는다. 다음 확인 지점은 9월 21일 관세청의 9월 1~20일 수출이다.
긴축의 열흘 — 네 중앙은행, 세 번의 인상
9월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예금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시간 17일 새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고, 투표권자 12명 전원이 찬성했다. 같은 날 밤 영란은행은 3.75%에서 동결했지만 표결은 6대 3이었고, 소수 3명은 인하가 아니라 4.00%로의 인상을 주장했다. 18일에는 일본은행이 뒤를 이었다. 네 곳 가운데 세 곳이 올렸고, 올리지 않은 한 곳에서도 위원 셋 중 하나는 올리자는 쪽이었다.
배경은 같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입구가 좁아지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로 돌아왔고, 각국의 물가 전망이 함께 올라갔다. 미국은 8월 비농업 고용이 16만 2,000명 늘고 실업률이 4.1%에 머물러 금리를 올릴 체력이 확인됐다. 이 점이 2024년 8월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때 일본은 올리고 미국은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는 금리의 높이가 아니라 금리의 차이가 돈의 방향을 정한다.
일본은행 1.25% — 31년 만의 최고 금리에 엔화가 내린 이유
일본은행은 9월 18일 단기 정책금리를 1.00%에서 1.25%로 올렸다. 1995년 이후 가장 높고, 6월 인상 이후 석 달 만이다.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를 끝낸 뒤 대체로 반년에 한 번 올리던 간격이 절반으로 줄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2%에 가까워졌다며 “정책의 국면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물가를 끌어올리던 중앙은행이 물가가 목표를 넘는 위험을 막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선언이다. 연속 인상이나 한 번에 0.50%포인트를 올리는 방식도 “물가 상황에 따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은행이 추정하는 중립금리 범위는 1.1~2.5%로, 1.25%는 이제 막 그 아래쪽 끝에 들어선 수준이다.
문장만 보면 매파적이다. 그런데 달러/엔 환율은 결정 직후 157엔대로 올라섰고, 한때 158.05엔까지 올랐다. 도쿄 시간 오후 6시 기준 157.85엔으로 전날보다 1.21% 오른 수준이다. 엔화는 9월 들어 달러 대비 3% 넘게 올라 7개월 만에 가장 강했는데, 157엔대는 9월 3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인상을 기대하며 쌓인 엔화 강세가 인상 당일에 되돌려진 것이다. 닛케이지수는 장중 2% 넘게 오르다 1%대 상승으로 마쳤고,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2.99% 안팎으로 소폭 내렸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이번 인상은 예고된 것이었다. 시장은 이달을 포함해 연내 두 차례 인상을 이미 가격에 넣고 있었다. 둘째, 표결이 7대 2였다. 반대한 아사다 도이치로·사토 아야노 위원은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임명한 신중론자다. 정부가 위원 인사로 인상 속도를 견제할 수 있다는 해석이 엔화를 눌렀다. 셋째이자 가장 큰 이유는 이틀 전의 연준이다. 인상 전 미국 정책금리 상단 3.75%와 일본 1.00%의 차이는 2.75%포인트였다. 두 나라가 나란히 0.25%포인트씩 올린 지금, 4.00%와 1.25%의 차이도 2.75%포인트다. 일본은행은 31년 만의 높이에 올라섰지만 엔화를 빌리는 쪽에서 보면 달라진 것이 없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 방아쇠는 금리가 아니라 금리차와 엔화의 속도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달러 같은 고금리 통화로 바꾼 뒤 미국 국채·주식,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다. 수익은 두 나라의 금리 차이에서 나오고, 위험은 환율에서 나온다. 빌린 엔화의 값이 오르면 갚을 돈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거래가 무너지는 조건은 ‘일본 금리가 올랐다’가 아니다. 금리 차이가 빠르게 좁혀지고, 엔화가 금리 차이로 버는 돈보다 빠르게 오르고, 시장 변동성이 커져 증거금 요구가 늘어나는 세 가지가 겹칠 때다.
규모는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4년 8월 사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엔 캐리 규모를 대략 40조 엔(2,500억 달러)으로 추정하면서, 자료의 공백 탓에 실제보다 작게 잡혔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잡히는 선물시장의 투기적 엔화 순매도는 당시 2조 엔 안팎으로, BIS의 표현으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같은 보고서가 짚은 증폭 장치는 변동성이다. 변동성이 오르면 증거금이 오르고, 빚을 낸 투자자는 가진 자산을 팔아 빚을 줄여야 한다. 캐리 청산이 엔화만의 사건이 아니라 세계 주식의 사건이 되는 경로다.
2024년 8월과 다른 세 가지
2024년 7월 31일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렸을 때 연준은 인하를 준비하고 있었고, 직후 발표된 미국 고용이 크게 나빴다. 증권가 집계로 미국과 일본의 시장금리 차이는 석 달 만에 약 1%포인트 좁혀졌고, 엔화는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달러 대비 약 8% 뛰었다. 8월 5일 닛케이지수는 12.4%,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0% 내렸다. 세 조건이 한꺼번에 충족된 날이다.
지금은 세 조건이 모두 어긋나 있다. 첫째,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정책금리 격차는 2.75%포인트 그대로고,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10월에 한 번 더 올릴 가능성을 55%가량 반영한다. 둘째, 쌓인 포지션이 작다. 헤지펀드의 엔화 순매도는 6월 말 이후 약 3분의 2가 줄었고, 증권가 집계로는 2024년 7월의 절반 수준이다. 7월 31일 미국과 일본이 사상 처음 함께 엔화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서면서 엔화 약세에 건 돈이 한 차례 털렸기 때문이다. 셋째, 변동성이 낮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지수(VIX)는 9월 17일 15.44로, 장중 65까지 치솟았던 2024년 8월 5일과 거리가 멀다.
서울의 숫자도 같은 말을 한다. 외국인은 연준 인상 뒤 첫 거래일인 9월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2,803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는 0.04% 내리는 데 그쳤다. 18일에는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끝내고 4,245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고, 삼성전자(005930)는 3.4% 오른 26만 1,000원에 마쳤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오른 영향이 컸다. 캐리 청산은 자산을 가리지 않고 파는 사건이다. 반도체만 골라 사는 외국인과 캐리 청산은 같은 날 함께 있을 수 없다.
대신 온 것 — 달러, 그리고 서울 환율
청산이 오지 않은 자리에 달러가 왔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지수는 9월 18일 100.4선으로 약 7주 만에 가장 높았고, 한 주 동안 1.2%가량 올랐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4.741%로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고, 10년물은 17일 4.94%(연준 공식 집계)로 내렸다가 18일 다시 5%를 넘었다. 짧은 금리가 긴 금리보다 빨리 오르는 모습은 시장이 연준의 다음 인상을 가격에 넣고 있다는 뜻이다. 모두가 올리는 국면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가장 확실하게 더 올릴 곳으로 돈이 간다.
원화는 그 흐름의 반대편에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9일 1,336.16원으로 올해 가장 낮았다가 16일 1,366.91원, 17일 1,381.56원, 18일 1,382.54원으로 올라왔다. 이틀 전 칼럼은 환율이 1,380원대에서 멈추고 1,350원 아래로 되돌아가면 판단을 거둔다고 적었다. 환율은 1,380원대에서 오름폭을 줄였지만 되돌아가지는 않았다. 주식에서 외국인이 사는 쪽으로 돌아선 18일에도 환율은 1원 더 올랐다. 환율을 미는 힘이 서울 주식시장 안이 아니라 바깥의 달러에 있다는 뜻이다.
엔화와 나란히 놓으면 구도가 더 분명해진다. 원/엔 환율은 9월 18일 오후 3시 30분 100엔당 880.27원이다. 원화와 엔화가 함께 달러에 밀리고 있어 둘 사이의 값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일본이 금리를 올려도 엔화가 강해지지 않는다면, 일본과 수출 시장에서 겹치는 한국의 자동차·기계 업종이 기대할 수 있는 엔화 강세의 반사 효과도 아직은 없다.
원화 방파제 재측정 — 수위선 1,421원에서 1,451원으로
이틀 전 칼럼은 원화로 치르는 유가가 4월 평균(배럴당 14만 5,520원)과 같아지는 환율을 수위선이라 부르고, 1,421원으로 계산했다. 수위선은 ‘4월 평균 원화 유가 ÷ 지금의 달러 유가’이므로 유가가 내리면 올라간다. 서부텍사스산원유는 9월 16일 102.43달러에서 17일 101.91달러, 18일 100.30달러로 사흘 연속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공격으로 멈췄던 동서 송유관의 처리 능력을 절반가량 되살리고, 오만 앞바다에서 배에서 배로 옮겨 싣는 방식으로 아시아 공급을 늘린 덕이다. 수위선은 17일 1,428원, 18일 1,451원으로 올라갔다.
환율과 수위선 사이 간격은 9월 14일 88원에서 16일 54원, 17일 46원(1,382원 대 1,428원)까지 좁혀졌다가 18일 68원(1,383원 대 1,451원)으로 다시 벌어졌다. 원화로 환산한 유가는 18일 배럴당 13만 8,669원으로 4월 평균보다 4.7% 싸다. 방파제에 숨통을 틔운 것은 원화가 아니라 사우디의 송유관이다. 환율은 간격을 좁히는 쪽으로 계속 움직였고, 유가가 그보다 빨리 내려 주었을 뿐이다. 유가가 다시 102달러대로 돌아가면 같은 환율에서 간격은 40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한국은행과 대출 금리 — 달러가 정하는 시간표
채권시장은 한숨을 돌렸다. 국고채 3년물은 9월 15일 연 4.091%에서 18일 4.035%로, 10년물은 4.600%에서 4.466%로 내려왔다. 그러나 대출 금리가 따라 내려올 자리는 넓지 않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금리는 연 4.94~6.92%이고,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6월 말 0.56%로 10년 만에 가장 높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1.00%포인트이고, 연준이 연내 한 번 더 올리면 1.25%포인트가 된다.
거시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행의 다음 결정을 재촉하는 변수는 엔화가 아니라 달러다. 시장은 10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보다 11월 회의의 인상에 무게를 둔다. 원/달러 환율이 수위선에 닿기 전까지 한국은행은 기다릴 수 있다. 닿는 순간부터는 환율과 기름값이라는 두 번째 이유가 붙는다. 일본은행의 인상이 한국 가계의 이자에 닿는 경로가 있다면 엔 캐리 청산이 아니라 이 경로다. 엔화가 약한 채로 달러가 강해지고, 원화가 함께 밀리고, 수위선이 가까워지는 순서다.
데스크의 판단
첫째, 국면 규정. 9월의 긴축 열흘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부르지 않았다. 청산의 방아쇠는 일본 금리의 높이가 아니라 금리차의 축소, 엔화의 급등, 변동성의 급등인데, 미일 정책금리 격차는 2.75%포인트 그대로고 엔화는 인상 당일 1.21% 약해졌으며 변동성지수는 15.44다. 대신 온 것은 달러다. 달러지수는 한 주에 1.2% 올랐고, 서울에서 일주일 사이 움직인 것은 코스피도 유가도 아닌 원/달러 환율(1,345.68원 → 1,382.54원)이다. 수위선은 유가 하락으로 1,451원까지 물러났고 간격은 68원이다.
둘째, 반증 조건. ① 달러/엔이 150엔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고 변동성지수가 함께 뛰면, 오지 않은 청산이 뒤늦게 시작된 것이다. 일본은행이 10월 30일 연속 인상에 나서거나 미국 고용이 크게 꺾일 때 열리는 경로다. ② 원/달러가 1,350원 아래로 돌아오고 9월 1~20일 수출이 반도체 중심의 증가세를 이어 가면, ‘대신 온 것은 달러’라는 판단은 한 주짜리 달러 반등으로 격하한다. ③ 서부텍사스산원유가 다시 105달러를 넘으면 수위선은 1,386원 아래로 내려와 지금 환율과 맞닿는다. 그때는 달러와 유가가 한꺼번에 청구된다.
셋째, 시간표. ① 9월 21일 관세청 9월 1~20일 수출 ② 9월 22일 미국 대통령과 중동 6개국 지도자 회동 — 유가와 수위선의 방향 ③ 9월 30일(한국시간 밤 9시 30분) 미국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④ 10월 14일(밤 9시 30분) 미국 9월 소비자물가 ⑤ 10월 22일 금융통화위원회 ⑥ 10월 29일 새벽 3시 FOMC — 시장이 55%로 보는 추가 인상. 올리면 미일 격차는 3.00%포인트로 벌어진다 ⑦ 10월 30일 일본은행 — 연속 인상이면 격차는 2.75%포인트로 되돌아온다 ⑧ 매일의 달러/엔 150엔과 원/달러 수위선. 일본은 31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만들었지만, 서울에 도착한 것은 엔화가 아니라 달러였다.
본 칼럼의 일본은행 결정 내용은 9월 18일 일본은행 발표문과 복수 통신사 보도, 우에다 총재 발언은 기자회견 보도 기준이다. 달러/엔 환율은 9월 18일 도쿄 시간 오후 6시 기준 외신 집계이며, 뉴욕 마감 수치와 다를 수 있다. 미국 국채금리는 9월 17일까지 연준 H.15 집계, 9월 18일 수치는 뉴욕 마감 보도 기준이다. 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 결산가, 변동성지수는 9월 17일 종가 기준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국제결제은행 2024년 8월 보고서의 추정이며, 투기적 엔화 포지션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를 인용한 외신·증권가 집계다. 코스피·외국인 매매는 한국거래소 집계, 국고채 금리는 장 마감 보도, 원/달러 환율은 데스크가 집계한 서울 외환시장 오후 3시 30분 기준 값으로 은행 고시 종가와 1원 안팎 차이가 날 수 있다. 수위선과 원화 표시 유가는 데스크가 서부텍사스산원유 결산가와 같은 날짜의 서울 환율을 곱해 산출했다. 10월 금리 경로는 금리선물 시장과 증권가의 견해이지 각 중앙은행의 가이던스가 아니다. 한국 시장에 대한 판단은 데스크 자체 분석으로, 인용 기관의 견해가 아니다. 본 칼럼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라 구조적 시황 진단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