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는 10월 1일 3.21% 오른 183만 3,000원, 삼성전자(005930)는 2.79% 오른 27만 6,000원에 마쳤고 코스피는 1.95% 올랐다. 그날 서울에는 개장 전후로 재료 두 개가 겹쳤다. 먼저 한국시간 10월 1일 오전 5시 1분(뉴욕 9월 30일 장 마감 직후), 서울 개장 4시간 전에 마이크론(MU)의 실적이 나왔다. 이어 개장과 같은 오전 9시에 산업통상자원부가 9월 반도체 수출이 처음 600억 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의 4분기(6~8월) 매출 542억 2,900만 달러는 1년 전의 4.8배였고,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 615억 달러는 시장 예상 570억 달러를 45억 달러 웃돌았다. 그런데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별 매매를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외국인은 시장 전체로 1,194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삼성전자 75만 8,236주, SK하이닉스 12만 4,087주를 순매도했다. 종가로 환산하면 두 종목에서 약 4,370억 원이다. 두 종목의 상승을 받친 것은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 9,656억 원이었다. 마이크론이 이번에 보여 준 것은 좋은 분기가 아니라 ‘사이클을 계약으로 바꿨다’는 증거를 외부에서 셀 수 있는 숫자로 내놓은 것이다. 한국 2사도 장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지만, 같은 크기의 숫자는 아직 없다. 데스크는 마이크론 숫자가 무엇을 증명했는지와, 한국 2사의 빈칸이 채워질 다음 날짜를 따로 적는다.
542억 달러보다 중요한 숫자 — 26건, 86.25%, 2027년 완판
숫자 자체는 넓게 확인된다. 4분기 매출 542억 2,900만 달러는 직전 분기보다 30.8%, 1년 전보다 379.3% 늘었다. 비일반회계기준 매출총이익률은 87.0%, 영업이익률은 82.3%, 주당순이익(EPS)은 33.42달러로 LSEG 집계 예상 31.61달러를 넘었다. D램 매출이 398억 달러로 전체의 73.4%이고, 낸드는 14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26% 늘었다. 낸드는 출하량이 약 10% 늘 때 평균판매가격이 약 30% 올랐다. 물량보다 가격이 실적을 만든 분기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6월과 달라진 숫자는 따로 있다. 첫째, 다년 공급 계약이 26건으로 늘었다. 데스크가 6월 25일 칼럼에서 ‘사이클을 죽인 계약’으로 읽었던 전략적 고객 계약(SCA)은 그때 16건이었다. 이번에 마이크론은 이 계약들이 2030년까지(일부는 2031년까지 연장) 예상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고객의 약정 규모가 320억 달러이며, 고객이 미리 넣은 현금 예치금이 회계연도 말 누적 127억 달러(4분기에만 123억 달러)라고 밝혔다. 가격은 매출의 4분의 3이 정해진 가격 틀 안에 있고, 그 대부분에 하한과 상한이 있다.
둘째, 마진의 바닥을 회사가 직접 정했다. 다음 분기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 86.25%는 4분기 87.0%보다 0.75%포인트 낮다. 마크 머피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를 4분기에 지급한 생산 인력 성과급이 재고 원가에 들어가 다음 분기로 넘어간 일시 효과로 설명하고, 이 수준이 2027 회계연도 마진의 바닥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회사가 1년치 마진 하한을 공개적으로 거는 것은 가격이 시장이 아니라 계약에서 정해진다는 자신감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셋째, 2027년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의 대부분이 이미 계약됐다. 회사는 2027년 HBM 비트 공급의 대다수를 올해보다 크게 오른 가격에 묶었다고 했고, 엔비디아와는 맞춤형 HBM4E 규격 ‘NVHBM’을 개발한다. 업계 D램 비트 공급 증가율은 올해 20%대 중반에서 2027~2028년 2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는 것이 회사 전망이다. HBM이 같은 웨이퍼에서 더 많은 면적을 먹기 때문이다.
테이크 오어 페이 계약이란 — 물량이 아니라 현금으로 묶는 공급 약속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는 구매자가 약정한 물량을 실제로 가져가든 가져가지 않든 대금을 치르기로 하는 계약이다. 원래 가스·전력처럼 설비를 먼저 깔아야 하는 산업에서 쓰던 방식으로, 공급자가 공장을 지을 돈의 위험을 구매자와 나눠 지는 장치다. 메모리에 들어오면 두 가지가 바뀐다. 불황에 고객이 주문을 끊어도 약정분 매출은 남고, 선지급 예치금이 설비투자 재원으로 먼저 들어온다. 대신 가격 상한이 붙으면 호황의 꼭대기 일부를 포기한다. 그래서 이 계약은 이익을 키우는 장치라기보다 이익의 변동폭을 줄이는 장치이며, 시장이 그 회사에 붙이는 배수가 ‘경기 민감주’에서 ‘계약 산업’으로 옮겨 가는 근거가 된다.
서울은 실적을 샀고, 외국인은 계약서를 기다린다
10월 1일 서울의 반응은 가격과 돈이 따로 움직였다.
| 10월 1일 | 종가·등락 | 외국인 | 비고 |
|---|---|---|---|
| 코스피 | 6,971.35 (+1.95%) | +1,194억 원 | 개인 −1조 4,102억 원, 기타법인 +9,656억 원 |
| SK하이닉스 | 183만 3,000원 (+3.21%) | −12만 4,087주 | 종가 환산 약 −2,270억 원 |
| 삼성전자 | 27만 6,000원 (+2.79%) | −75만 8,236주 | 종가 환산 약 −2,090억 원 |
| 마이크론(뉴욕, 10월 1일) | 1,097.39달러 (+3.03%) | — | 서울 마감 뒤 뉴욕 정규장(한국시간 10월 2일 오전 5시 마감) 등락,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1.59% |
외국인이 마이크론 실적에 반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9월 28~30일 사흘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 3,265억 원을 순매도했고, 10월 1일 시장 전체로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그 돈은 마이크론과 가장 닮은 두 종목으로 가지 않았다. 사흘 내내 두 회사 주가를 받친 손은 기타법인(같은 사흘 4조 9,367억 원 순매수)이었고, 10월 1일도 같았다. 10월 2일 오후 장중 집계로도 외국인은 다시 시장 전체 순매도 쪽이다.
이 간극의 이유는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 금리가 한 축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9월 30일 5.29%(연방준비제도 집계)로 2007년 이후 최고를 다시 높였고, 달러지수는 10월 1일 102를 넘었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1일 오후 3시 30분 1,358원 선이다. 금리와 달러가 오르는 동안 외국인이 한국 대형주의 비중을 늘릴 이유는 작다. 그러나 금리만으로는 ‘시장 전체는 샀는데 반도체 2사는 팔았다’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른 한 축은 같은 ‘장기 계약’이라도 밖에서 셀 수 있는 숫자의 양이 다르다는 점이다.
| 장기 계약 공개 수준 | 마이크론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
| 계약 존재 | 26건, 2030년까지(일부 2031년) | 다년 계약 체결(반기보고서), 생산능력의 60~70% 목표 | 10여 개 고객, 5년(7월 29일 컨퍼런스콜) |
| 약정 규모·매출 비중 | 320억 달러, 예상 매출의 35% 이상 | 미공개 | 미공개 |
| 고객 선지급 | 예치금 누적 127억 달러, 재무상태표 반영 | 계약부채 23조 5,900억 원(1년 전보다 68.8% 증가)에 선수금 반영 | 예치금을 제3자 신탁으로 받아 재무제표 밖, 반기보고서는 ‘장기공급계약에 따른 수주 현황 없음’ |
| 가격 구조 | 매출 4분의 3이 정해진 가격 틀, 대부분 하한·상한 밴드 | 미공개 | 미공개(업계 보도로는 상한 없는 하한 구조) |
| 마진 바닥 | 2027 회계연도 86.25% 명시 | 없음 | 없음 |
세 회사 모두 장기 계약을 말했다. 차이는 그 계약이 숫자로 바깥에 나와 있느냐다. 마이크론은 건수·금액·매출 비중·예치금·1년치 마진 바닥을 모두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재무상태표의 계약부채로 선수금의 흔적이 보이지만 약정 금액과 가격 구조는 없다. SK하이닉스는 예치금을 받았다고 했지만 제3자 신탁이라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고, 공시상 장기 계약 수주는 없다(머니투데이방송 8월 19일 보도). 마이크론은 이번 콜에서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도 언급하지 않았다. 마이크론의 숫자는 마이크론의 계약을 증명할 뿐, 한국 2사의 계약을 대신 증명하지 않는다.
이것이 6월 칼럼이 남긴 질문의 현재 위치다. 그때 데스크는 한국 2사가 마이크론과 같은 보호를 받는지 판가름할 조건으로 ① 실적 발표에서 장기 가격 하한이나 고객 선지급금을 명시하는가 ② 마진 변동성이 실제로 줄어드는가 ③ 증권사들이 적용하는 배수의 사이클 할인이 줄어드는가를 걸었다. 석 달 뒤 ①은 절반만 채워졌다. 두 회사 모두 다년 계약과 선지급 장치의 존재는 밝혔지만, 하한 가격의 수준과 약정 금액은 내놓지 않았다. 외국인이 마이크론과 같은 날 마이크론처럼 한국 2사를 사지 않은 데에는 이 빈칸의 값도 들어 있을 수 있다.
반대 방향의 해석도 있다. 업계 보도대로 SK하이닉스 계약에 가격 상한이 없다면, 상한을 둔 마이크론보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 이익이 더 빨리 늘 수 있다. 낸드 가격이 한 분기에 약 30% 오른 국면에서 상한은 비용이다. 다만 상한이 없다는 것은 회사가 확인한 숫자가 아니고, 하한이 어디인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외국인이 지금 값을 매기기 어려운 것은 상승기의 탄력이 아니라 하락기의 바닥이고, 마이크론은 그 바닥을 숫자로 내놓았다.
한국 수출은 이 질문의 크기를 보여 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62.8% 늘어 처음 600억 달러를 넘었고, 전체 수출 1,209억 4,000만 달러의 약 절반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월 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의 51.25%다. 한국 지수의 절반이 ‘계약 산업’으로 다시 매겨지느냐, ‘경기 민감주’로 남느냐의 차이는 배수 한두 배가 아니라 지수의 방향이다.
지난 판단의 채점
9월 22일 칼럼은 마이크론이 분기 매출 가이던스 500억 달러를 밑돌면 한국 메모리의 자기 재료가 흔들리는 것으로 보겠다고 적었다. 4분기 매출은 542억 달러였고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615억 달러다.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고, 한국 메모리의 재료는 미국 주가 지수가 아니라 자기 실적과 수출이라는 판단은 유지된다.
9월 27일 칼럼의 반증 조건 세 개도 모두 충족되지 않았다. ① 9월 28일 오후 3시 30분 원/달러는 1,364원으로 연휴 전 1,357.75원보다 높았다. ② 같은 날 코스피는 2.70% 내린 6,889.74로 마쳤고 외국인은 3조 2,682억 원을 순매도했다. ③ 9월 28일(현지시간) 공개된 미중 관세 인하 품목은 가전·완구와 농산물·의료기기·석탄이었고 반도체·희토류 조항은 없었다. ‘연휴 사흘 쌓인 것은 금리’라는 판단은 유지되며, 그 금리는 이후 사흘 더 올라 5.29%가 됐다.
데스크의 판단
첫째, 국면 규정. 마이크론의 2026 회계연도 4분기는 매출 542억 달러·다음 분기 가이던스 615억 달러라는 숫자보다, 26건의 다년 계약(2030년까지 예상 매출의 35% 이상, 약정 320억 달러, 예치금 누적 127억 달러)과 ‘86.25%가 2027 회계연도 마진의 바닥’이라는 선언으로 메모리 사이클을 계약으로 바꿨다는 증거다. 10월 1일 서울은 그 실적을 가격으로 받았지만(SK하이닉스 +3.21%, 삼성전자 +2.79%), 외국인은 두 종목을 약 4,370억 원어치 순매도했고 상승은 기타법인 9,656억 원이 받쳤다. 한국 2사도 장기 계약을 밝혔지만 약정 금액·하한 가격·매출 비중은 빈칸이다. 한국 2사의 재평가는 마이크론의 숫자로 대신할 수 없고, 그 빈칸이 숫자로 채워지는지에 달려 있다.
둘째, 반증 조건. ① 10월 7일 전후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 발표 뒤 사흘 동안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함께 순매수하면, 외국인이 한국 2사의 계약 증거를 기다리지 않고 마이크론의 증거를 넘겨받은 것이고 ‘빈칸이 값을 누른다’는 판단은 격하한다. ② 10월 중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서 다년 계약의 약정 금액이나 매출 비중, 하한 가격 구조가 숫자로 공개되면, 6월 조건 ①이 채워진 것이고 질문은 ‘빈칸’에서 ‘비교’로 넘어간다. ③ 10월 중 서울 오후 3시 30분 원/달러가 1,340원 아래로 내려왔는데도 외국인의 반도체 2사 순매도가 이어지면, 간극의 원인이 금리·달러가 아니라 계약 공개의 빈칸이라는 해석이 강해진다.
셋째, 시간표. ① 10월 7일 전후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사전 공지 없이 공시) ② 10월 하순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과 컨퍼런스콜 — 다년 계약의 금액·가격 구조 공개 여부 ③ 10월 28일(현지시간, 한국시간 29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④ 12월 9일 마이크론 자본 환원 확대 개시 — 회사가 정한 적정 유동성을 넘는 초과 현금의 100% 환원 ⑤ 2027년 중반 마이크론 미국 아이다호 1공장·대만 통뤄 신규 거점 가동 — 회사가 말하는 공급 부족이 처음 시험받는 시점. 마이크론은 사이클을 계약서로 바꿨다. 한국 2사의 주가가 같은 문법으로 읽히려면, 필요한 것은 더 좋은 분기가 아니라 같은 크기로 공개된 계약서다.
본 칼럼의 마이크론 실적·가이던스·계약 수치는 9월 30일(현지시간 오후 4시 1분, 한국시간 10월 1일 오전 5시 1분) 공개된 보도자료와 컨퍼런스콜 기준이며, 예상치는 LSEG 집계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다. 마이크론 주가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월 1일(현지시간) 정규장 종가다. 코스피·종목 종가와 투자자별 매매는 한국거래소 정규장 집계이며, 종목별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순매도 주식 수에 종가를 곱한 데스크 환산치로 실제 체결 금액과 다를 수 있다. 9월 28~30일 합산과 시가총액 비중은 데스크 계산이고, 10월 2일 수급은 장중 잠정 집계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연방준비제도 집계, 원/달러 환율은 데스크가 집계한 오후 3시 30분 기준 값이다. 수출은 산업통상자원부 10월 1일 발표 기준이다. 삼성전자 계약부채와 SK하이닉스 예치금 처리·공시 내용은 각 사 반기보고서와 이를 인용한 보도 기준이며, SK하이닉스 계약의 가격 상한 부재는 회사 확인이 아닌 업계 보도다. 한국 시장에 대한 판단은 데스크 자체 분석으로, 인용 기관의 견해가 아니다. 본 칼럼은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라 구조적 시황 진단을 목적으로 한다.